2016년 5월 31일 화요일

가을에 온 여인 [박경리]~

가을에 온 여인 [박경리]1950년대 씌어진 박경리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은 전후의 사회상황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소외를 그 문학적 기저(基底)로 삼아,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삶의 온갖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인물 성격들의 단일성에서 찾아진다. 그러나 이《가을에 온 여인》은 신문 연재소설로서 박경리 문학에서는 드물게 추리소설적 기법에다 인간본능을 탐하며, 인간 군상들의 처절한 사랑과 적의를 다루고 있어 한결 재미를 더해 준다.숲 속의 푸른 저택에 살고 있는 신비스런 미모의 여인그녀의 절대 고독과 끝없이 위장된 삶이 엮어내는 검은 그림자. 자의식의 울에 갇힌 이 여인은 과거의 그림자로 자신의 마음을 한없이 몰아간다. 붉은 태양마저 먹빛으로 지워버리고 별이 쏟아질 듯한 한밤이면 정적이 소리내듯 그녀는 온몸을 적신다. 울부짖듯이 또한 목마르게.신화 속에 홀연히 나타난 여인, 성표는 따뜻한 강물이 심장 한 구석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영혼의 맑음, 그녀의 자태를 부드럽게 감싸주고 있는 그 천부의 것은 분명 모성임에도 성처녀였다. 한순간의 빛처럼 눈앞에 나타난 가을에 온 여인 의화의 모습은 한여름 밤의 바람소리보다 약한 울림이 있을 뿐이다.총성이 울린 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치 액자에 넣어놓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산과 하늘과 잎떨어진 수목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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