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5일 일요일

제이 J 1 [김응수]~

제이 J 1 [김응수]제이 J 1~2권1. 영화감독 김응수가 쓴 첫 번째 장편소설 2012년 전주국제영화제 관객평론가상 수상 감독 김응수. 그가 소설을 썼다. 김응수 감독은 벌써 20년 가까이 영화를 찍고 있다. 격동의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바로 눈 앞에서 두 선배의 죽음을 목격하여야만 했던 그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후 서울예대 영화학과를 입학했다. 바로 그렇게 그의 영화 인생은 시작되었다. 그 이후 영화를 위해서는 러시아도 프랑스도 또 어디도 가리지 않고 갔다.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배우고자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했다. 그의 장편 데뷔작인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가 그렇고, [욕망]이 그렇다. [천상고원]이 그렇고 [아버지 없는 삶]이 그렇다. 그는 많은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예술성을 추구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아직 그의 영화가 우리 시대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지만 그는 그것을 아쉬워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그의 세상 읽기는 오늘도 계속되며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영화작업을 하던 그가 갑자기 영화 만들기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혼자 되었다는 공포스러움이 그에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가 쓴 소설 [J]는 바로 그러한 절박함과 진실성이 있는 소설이다. 영화에서도 못한 이야기들을 문자라는 매체를 통해서 독자들을 향해서 소리치고 있다. 2. 힉스, 존재의 무게 2012년 과학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일 중의 하나가 힉스의 발견이었다. 힉스는 모든 존재의 무게를 부여해주는 입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게만 전해주지 무게를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주인공 J 에게는 힉스와 같은 존재가 있다. 존재하지도 않지만 어떤 무게를 전해주고 떠나버린 그의 아버지가 그렇다. J는 존재하지도 않는 아버지 때문에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된다. 그녀가 정신과 치료를 하는 것도 누구를 만나도 항상 거리감을 두고 싶어하는 것도 바로 아버지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아버지의 후광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사실 후광이 아니라 트라우마에 의해서 짖눌리게 된다. 저자는 바로 그러한 모습을 강남이라는 땅의 소위 강남좌파라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을 모델로 해서 그려나가고 있다. 사실 그들이 강남좌파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선대들이 좌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입자들은 무게에 억눌리는 것이 아니라 무게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하지만 자유는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가 자유스럽고 싶으면 싶을수로 더 옥죄어주는 것이 생기게 된다. 세상은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으로 구별이 되는 것이다. 가진자들은 무한한 능력을 갖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최소한의 권리마저 없게 된다. J는 처절하게 자신의 존재의 비참함을 느낀다. 3. 소설가 김응수가 본 우리 시대 영화 감독으로서의 김응수가 만든 영화들을 살펴보면 스크린 밖에 항상 어떤 인물이 존재한다. 그 인물은 화면에 나타나지 않지만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은 스크린 밖에 있는 그 사람이 영화의 모티브와 주제를 이끌고 나가고 있는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듯 [J]에도 소설 밖에 존재하는 인물이 전체 소설을 이끌고 나가고 있다. 1권에서는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바로 주인공 J의 아버지이다. 그리고 이 소설 밖의 인물은 존재하지도 않지만 엄청난 존재감으로 소설 안의 사람들을 짓누른다. 그리고 그 압박에 견디지 못하고 소설 속 사람들은 갈팡질팡 길을 헤맨다. 이렇듯 현실은 우리와는 어쩌면 상관없는 논리들에 의해서 이끌어져 나가고 있다.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것이 아닌 제 삼자의 어떤 사상, 의견, 행동에 의해서 자신의 행동을 규정하고 행한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이 만연된 현실세계를 J를 통해서 보여준다.'선생님 저에요. 방금 거기에 들렀던 사람이에요. 부탁이 있어요. 저는 위험에 처해 있어요. 누군가 거기를 찾아갈 거예요. 남자가요. 그럼 이렇게 얘기해 주세요. 그 여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망상과 현실을 혼동한다.' 저는 살해의 위협을 느끼고 있어요. 잘 보셨어요. 저는 정신질환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선생님께 갔었어요. 죄송해요. 선생님께서 잘 속아주시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를 드려요. 아뇨. 선생님이 명민한 의사라면 속지 않으신 게 맞아요. 저는 망상 속에 있지 않으니까요. 저는 이렇게 해야 해요. 그럼.''여보세요?'(/ 본문 중에서)저자의 말잊히지 않는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 뜨거운 여름이었다. 광화문 근처의 세종문화회관 뒤 계단에서 쉬고 있었다. 12시가 되자 갑자기 직장인들이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감색 치마에 흰 블라우스를 통일적으로 입은 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작은 공원마저 점령하고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온통 하얀 색채의 향연이었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청색 라운드티를 걸친 채 앉아 담배를 피우던 나는 갑자기 이방인이 되었다. 그때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이질적이었다. 그녀는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흰색 사이를 무심히 걷더니 가운데 분수대에 털썩 앉아 빨간 샌들을 벗어 옆에 툭 던졌다. 햇볕이 쏟아지는 곳이었다. 그녀는 뜨거워 갈증을 참을 수 없는지 누군가 놓고 간 페트병을 분수대에 푹 담가 그 물을 받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그 병을 옆으로 휙 던지더니 얼굴을 들고 태양을 바라보았다. 아주 청순하고 고혹적인 모습이었다. 사랑스러웠다. 나는 당혹감으로 멍했다. 그녀는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았고, 담배를 피웠으며, 전화를 꺼내 무엇을 확인하였고, 심각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태양을 바라보았다. 다른 이들은 그녀의 풍경이었다누군가 이 책을 읽는다면 그녀를 누구라고 생각할까 하는 것이 나의 물음이다. 어떤 단어들을 떠올릴지도 상상이 간다. 나도 그 단어를 떠올렸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가 여자의 외로움을 이야기 할 때 남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너무 많은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예쁘게만 보이려고 노력하는 자들! 그녀는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외롭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녀가 여자라고 해서 여자들은 모두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가 여자라고 해서 남자들은 모두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사는 태도의 문제이다. 스스로 한번쯤 숨 막히는 세계의 견고함에 대해 소리를 질러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남녀라면 모두, 그녀의 그 반항적 인상으로부터 출발한 J의 피, 살, 뼈, 몸, 사랑, 성격, 마음, 영혼, 역사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이 이대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책을 굳이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책은 전자가 행복한 인간이고, 후자가 불행한 인간임을 문학적으로 정확히 증명한다. 뒤집는 것이 나의 목표다. 빈대떡을 뒤집어야 맛이 있듯이 삶도 뒤집어야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삶의 뒷면에 달라붙어 탈 뻔했던 우리들의 육질, 부정적이라 생각해 뒤로 치워 놓은 단어들, 두려워 숨긴 우리의 비밀이 미소 지으며 맛있게 먹어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삶을 뒤집는 것은 인내가 필요하니 빈대떡처럼 빨리 구워지기를 바라지는 말자. 다소 지루한 독서는 삶을 다른 길로 인도한다. 이 책을 읽을 분께!(/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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