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5일 일요일

겨울의 노래 2 [장 클로드 무를르바]~

겨울의 노래 2 [장 클로드 무를르바]흐르는 강물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여럿 작은 시내가 강물에 합류하듯 작은 무리들이 들판을 가로질러 대열에 합류했다.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여자와 어린아이들까지 수도로 향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모인 행렬은 민중의 강이 되었고, 곧 대하를 이루었다. 이 작품은 ‘팔랑주’가 무력으로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에, 그들에게 저항했던 레지스탕스의 아이들이 자유를 찾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팔랑주는 자유와 희망의 씨를 없애기 위해, 레지스탕스의 자식들을 소년원에 가두고, 아이들의 삶을 감옥처럼 만들었다. 하지만 자유를 향한 의지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 해도, 꺼지지 않는 불씨이기 마련이다. 소설은 그러한 진실을 전하기 위해 신비한 목소리를 가진 한 소녀를 통해, 힘없는 사람들의 영혼을 깨운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아이들의 여정이 단지 고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 대한,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생애 처음 느껴 본 가슴 저린 사랑과 고통 속에 피어난 두터운 우정은 매순간 아이들의 삶을 빛나게 해준다. 아마도 그것은 권력을 숭배하는 팔랑주들에게는 존재할 수 없는 삶의 가치이며, 삶을 이어주는 힘일 것이다. 오직 권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또 다른 고통 속에 결박되어 있는 팔랑주들이 아이들에게 절대 빼앗을 수 없었던 힘. 그것을 작가는 독자들의 가슴에 전하고 싶어 한다.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희망의 불씨를 전하는 이 소설이 우리에게 와 닿는 이유는, 아마도 이 땅에서 우리는 자유를 위해 많은 피를 흘렸으며, 아직도 그 고된 시간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마치 우리의 오랜 소망이 이루어지고, 한이 풀리는 듯한 감동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2권으로, 1권은 소년소녀들이 소년원을 탈출하는 이야기며, 2권은 그들이 사랑과 우정으로 팔랑주 정권을 물리치고 다시 봄을 맞이하는 이야기이다.줄거리밀로스와 떨어져 홀로 레지스탕스들이 살고 있는 남쪽 마을에 도착한 헬렌은 그곳에서 밀레나와 바르톨로메오와 재회하게 된다. 바르톨로메오와 밀레나는 부모님의 뜻을 이어 본격적으로 팔랑주에 맞서기로 결심하고 그곳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레지스탕스를 이끌었던 바르톨로메오의 아버지와 아름다운 노래로 민중의 영혼을 깨웠던 밀레나의 어머니. 그 순결한 의지를 두 아이가 고스란히 물려받기로 한 것이다. ‘이미 무력으로 모든 것을 앗아간 팔랑주에, 어떻게 맞설 수 있단 말인가!’ 헬렌은 친구들을 걱정하지만, 그들에겐 민중의 영혼을 울리는 신비한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대로 밀레나의 노래는 민중들의 영혼을 회복시키고, 17세 소년에 불과한 바르톨로메오는 민중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데 성공한다. 한편, 팔랑주에게 잡혀간 밀로스는 그들에 의해 검투 훈련을 받게 된다. 목숨을 건 검투 훈련에서 세 번을 이기면 자유를 얻게 되는 잔인한 게임. ‘사람을 죽이고 자유를 얻어 헬렌을 만나면, 과연 고개를 들 수 있을까?’ 밀로스는 고민에 빠진다. 이미 자신은 친구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무서운 살인을 저질렀다. 아무리 그것이 자신과 친구들의 삶을 위한 것이라 해도, 똑같은 일을 또 한 번 저지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결국 밀로스는 자신의 영혼과 헬렌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검투 경기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다. 마침 민중들을 선동하여 검투 경기장에 도착한 바르톨로메오. 그들은 팔랑주를 물리치고, 다시 봄을 맞는다. 하지만 밀로스를 잃은 헬렌의 마음엔 커다란 가시가 생기고, 그것은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몸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세월이 흘러 모두 어른이 되고, 귀여운 딸아이의 엄마가 된 헬렌. 그녀는 비록 어둠 속에서 성장했지만 위로의 여인에게 받은 사랑을 온전하게 간직하여 자신의 딸에게 그 사랑을 전해 주게 된다.“난 무덤들 사이를 걷다 왔어. 이상해 보이겠지만, 난 무덤들이 좋아. 한밤중이라도 말이야. 소년원에 있을 때도 위로의 여인에게 가지 않고 묘지로 올라왔어. 밀로스는 내가 미쳤다고 했지. 우리의 자유로운 시간을 보다 잘 이용해야 한다고 했지. 하지만 난 무덤들이 좋아. 여기에 누워 있는 주검들이, 무덤들이 슬픔으로 다가오지 않아. 반대로 이 무덤들은 주인의 삶을 진정으로 되새겨보게 하는 것 같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 밀레나와 나는 결단을 내린 거야. 우리 삶에서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우리는 팔랑주와 싸우기로 결정한 거야.” (/ p.25)“아무리 어두운 시절을 살더라도 희망을 버리면 안 돼. 가장 끔찍한 일을 당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이나 지났지 뭐니. 좋은 일도 마찬가지일 거야. 죽은 우리 동지들이 살아 돌아올 수는 없겠지만.”“신을 믿으시나요?”“전에는 신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하지만 놈들이 내 손을 짓이기고 개인간을 에바에게 풀어놓았지. 그 후론 믿지 않아. 그렇다고 신을 믿는 사람들을 싫어하지는 않아. 네가 물어보니 대답한 거야.”“그런데 도라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거죠?”“무슨 힘?”“언제나 웃으며 사람을 다독거리고 웃게도 하고.”“그렇게 사는 데 꼭 무슨 힘이 필요한 것은 아니야. 슬프거나 잔인해지는 것도 마찬가지지. 무슨 힘에 의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야. 안 그래? 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아마도 내가 삶을 견디는 방식이 아닐까 해. 헬렌, 너도 마찬가지잖아. 우리 둘은 닮았어.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꿋꿋하지.”(/ p.171)수도에서 지난밤 반란이 시작되었다는 소식들 들고 왔다. 군대가 발포됐고, 시민들이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이었다. 사망자 십여 명, 그 외 오늘 아침까지는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북쪽 몇몇 도시들에서는 청년들이 바리케이드를 쌓았고,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너무 빠르잖아. 이건 심하게 너무 빠르다고.”“너무 빠르군.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된 거야. 불이 붙기 시작했어…… 이제 아무도 끌 수 없어.”(/ p.214)“그들이 정확히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몰라. 그저 원래부터 우리와 함께 사이좋게 살았던 한 종족이었던 것 같아. 백만쯤 되는 말인간들이 이 나라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었지. 그들은 모두 용감하고 강인하고 물소처럼 튼튼하지. 말인간들은 그들끼리만 결혼을 했어. 그들의 전통인 것처럼 그렇게 세대를 거듭했지. (…) 말인간들은 강인할 뿐만 아니라 성실하고 정의로웠다. 말인간들은 인간들의 존경을 받았어. 많은 사람들이 말인간의 순박한 문화 속에서 고귀함을 발견했어. 너는 이해할 수 있겠지?”(/ p.139)헬렌은 그 익숙하고 신비로운 목소리에, 배에 몸을 싣듯 자신을 맡긴다. 헬렌은 그 배를 타고 여행하며 영혼 깊숙이 묻혀 있는 영상들을 본다. 다리 아래 흐르는 조용한 강물, 위로의 여인들이 주는 사랑의 무게를 다시 발견하고, 부모님에 대한 떨리는 작은 기억들을 만난다. 그리고 언제나 미소 짓고 있는 갈색 고수머리 소년의 얼굴을 바라본다.(/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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