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일 목요일

자유로운 삶 2 [하진]~

자유로운 삶 2 [하진]두 걸음 나아갔다 한 걸음 물러서는 고단한 꿈의 기록을 위해 숨죽인 20여 년펜 포크너상, 전미도서상 수상작가 하 진 최신 장편꿈과 희망은 다음 세대를 위해 넘겨주고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야 하는 이민 1세대 돌아갈 수 없는 조국, 빼앗긴 말, 아직은 매정하기만 한 자유의 땅, 그럼에도 삶을, 시(詩)를 포기할 수 없는 그들을 위한 찬가.[기다림] [멋진 추락] 등의 작품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가 하 진의 신작 장편소설이 왕은철 교수의 번역으로 시공사에서 출간되었다. 현재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들 중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작가, 현대 미국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들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그는 놀랍게도 스물아홉에 이르러서야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디딘 이민 1세대 작가이다. 하 진이 본격적으로 영어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미국 유학 도중 톈안먼 사태를 접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스스로 포기한 1989년, 그리고 십 년 후인 1999년 그는 첫 장편 [기다림]으로 펜 포크너상과 전미도서상을 동시에 수상하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까지 오르는 실로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후 2004년 [전쟁쓰레기]로 한 작가에게 두 번 수상하지 않는 전통을 깨고 다시 펜 포크너상을 수상, 거기에 플래너리 오코너상, 오 헨리상, 펜 헤밍웨이상 등 영어가 모국어인 작가들이 평생에 걸쳐도 받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는 명문 보스턴 대학교의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톈안먼 사태를 목격한 이후 미국에 남기로 결심한 유학생 난이 이민 1세대의 고단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글을 쓰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자유로운 삶]은 어찌 보면 아메리칸 드림의 실례라고도 할 수 있는 하 진의 일생과도 많이 닮아 있다. 그러나 한국어판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서문]에서 자신과 주인공 난을 동일시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며, 한 사람의 일생을 일부분이나마(여기에서는 이민 직후의 12년) 그려내기 위해 자신에게는 그 시간보다 훨씬 긴 준비 시간이 필요했고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자신과 닮아 있는 난의 모습은 그 부산물일 뿐이라고 고백한다.그의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하 진의 경이로운 문학적 성취는, 기회의 땅에서 거둬들인 노력의 대가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원고를 출판사에 전달하기 전에 서른 번 이상의 교정 작업을 거치는 극진한 노력이 하 진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밑거름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작가로서 보여주는 진정한 장인정신은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삶 자체를 직접 몸으로 겪어낸 후에야 비로소 글로 옮긴다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로운 삶]은 작가 하 진의 발걸음을 하나로 응축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생계를 위해 매일 십수 시간을 일하면서도 카운터 아래 자신의 이름이 적힌 시집 하나를 간직하고 있는 작은 식당 주인의 이야기를 소설로 옮기기 위해 20여 년이 필요했다는 하 진, 그 지난한 노력의 결과인 [자유로운 삶]은 언어적 어려움을 삶의 조건 중 하나로 부여받은 이민 1세대에서 그 언어권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기까지의 성공스토리를 그리고 있지 않다. 그랬다면 작업은 훨씬 간단했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처럼 하나의 줄거리로 요약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의 서평처럼 '삶은 하루 또 하루를 견뎌낼 때는 도저히 바꿀 도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년이 흐르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같은 인생의 경이로움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말하는 것 그 이상이 필요하다. 주인공이 성공한 작가가 되었건, 그가 만났던 식당 주인처럼 자비 출간한 시인으로 남았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하 진은 이 작품에서 난의 하루하루를 천 페이지에 걸쳐 그려낸다. 거기에는 독자를 즐겁게 하기 위한 어떤 과장도 들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난 우의 시(詩)가 수록된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자유로운 삶]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에 실렸던 [여기에 있어서 기쁜]이라는 서평의 제목에 공감하며 하 진이라는 작가가 여기에 있어주어서, 그리고 우리가 삶의 이 자리에 이르러서 기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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